– 엄마의 죽음, 드보라의 죽음, 그리고 야곱의 회복 묵상
창세기 35장을 묵상하며 마음을 오래 붙잡는 장면이 있었다.
야곱이 세겜에서 떠나 드디어 벧엘로 향하는 그 여정,
그리고 그 길목에서 리브가의 유모 드보라의 죽음을 마주하는 장면이다.
처음엔 “왜 이 장면이 여기에 있지?” 싶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보면, 드보라의 죽음은 단지 한 인물의 죽음이 아니라
야곱의 내면에 깊이 눌려 있던 한 시대의 정리처럼 보인다.
📍 왜 야곱은 세겜에 머물렀을까?
디나 사건 이후에도 야곱은 한동안 세겜에 머물렀다.
하나님은 이미 창세기 31장에서 벧엘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셨고,
야곱도 언젠가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망설였을까?
왜 즉시 순종하지 못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의 마음 깊은 곳엔 “엄마 리브가”에 대한 미련과 아픔이 있었던 건 아닐까.
💔 그토록 보고 싶었던 엄마는 이미…
야곱은 가나안 땅으로 돌아가겠다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았지만,
그 가나안 땅은 곧 ‘엄마의 부재’를 확인해야 하는 땅이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 이삭보다 어머니 리브가와 더 가까운 유대감을 갖고 있었고,
리브가가 보낸 마지막 말만 붙들고 도망쳤던 그 시절을 기억했을 것이다.
"며칠이면 돌아오게 하리라."
하지만 그 며칠은 20년이 넘는 세월이 되었고,
이제 돌아가면, 더는 엄마가 그를 반겨줄 수 없다는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아마도 세겜에 머물던 그 시간은
그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그의 마음의 방어였을지 모른다.
🧓 드보라의 죽음은 ‘리브가의 죽음’을 말해준다
창 35:8
“리브가의 유모 드보라가 죽으매 그를 벧엘 아래 상수리나무 밑에 장사하고
그 나무 이름을 알론바굿이라 하였더라.”
여기서 드보라의 등장은 갑작스럽다.
그녀는 리브가의 유모로, 사실상 야곱에게 ‘엄마 같은 존재’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녀는 그 긴 세월을 기다리며, 혹은 야곱을 다시 찾아 벧엘로 이끄는 과정 속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드보라가 죽고, 야곱은 그녀를 벧엘 아래 상수리나무에 장사하며
그 나무에 ‘알론바굿’(눈물의 상수리나무)라 이름 붙인다.
그것은 단순한 애도의 장면이 아니라,
엄마 리브가의 죽음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애도와 해방의 장면이다.
이제 그는 진짜로 인정해야 했다.
자신이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그토록 사랑했던 엄마는 없다.
🧭 육적 거리감, 혼적 상실감…그러나 영은 언약을 따라 간다
야곱은 그동안 육적으로는 형 에서에 대한 두려움,
혼적으로는 엄마의 부재에 대한 상실감 속에서
하나님의 약속의 땅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세겜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떠나야 했다.
하나님의 언약이 기다리는 땅, 벧엘로.
이 장면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통찰을 준다.
우리도 종종 육적인 부담 때문에,
혹은 혼적인 아픔과 결핍 때문에,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약속의 자리로 나아가지 못할 때가 있다.
하지만 하나님은 말씀으로 다시 부르시고,
눈물의 상수리나무를 지나,
우리를 벧엘로 이끄신다.
🍞 오늘도 영의 양식을 따라, 한 걸음
우리의 삶이 눈앞의 현실, 관계의 부담,
감정의 흔들림 속에서 갇혀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말씀은 영이고 생명이며,
우리의 길을 밝히는 빛이다.
야곱이 다시 벧엘로 향할 수 있었던 건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한 걸음 내딛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영의 세계,
하나님의 뜻이 머무는 그 자리를 향해
오늘도 한 걸음, 또 한 걸음.
🕯 묵상 질문
- 나는 세겜에서 망설이고 있지 않은가?
하나님이 이미 부르신 벧엘로 가기를 미루고 있지는 않은가? - 나의 삶 속에도 인정하기 어려운 상실,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 있는가?
그 마음을 주님께 드리고 있는가? - 나는 오늘, 말씀 앞에서 어떤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까?
🙏 마무리 기도
주님,
야곱이 세겜을 떠나 벧엘로 향했던 것처럼
저도 이제, 말씀을 따라 나아가길 원합니다.
내 안에 쌓인 상실감과 미련,
두려움과 거리감들을 주님께 올려드립니다.
드보라의 죽음을 통해
야곱이 마음을 내려놓았던 것처럼,
저도 이제 주님 앞에 모든 짐을 내리고
언약의 길을 걷게 하소서.
육의 세겜을 떠나
영의 벧엘로 나아가길 원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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