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인간관계를 맺습니다.
처음엔 웃으며 시작된 관계도, 시간이 지나면서 오해가 쌓이고, 기대가 어긋나고, 결국엔 얼굴도 보기 싫은 사이로 변해버리는 경우도 있죠.
창세기 31장에서 야곱과 라반의 이야기는 가족 간의 갈등이 얼마나 깊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기록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끝은 놀랍게도 ‘축복하며 헤어짐’으로 마무리됩니다.
도저히 화해할 수 없어 보이는 관계가 어떻게 회복될 수 있었을까요?
⚡ 쌓이고 쌓인 갈등, 터지다
야곱은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무려 20년을 지냈습니다. 아내를 얻기 위해 14년, 가축을 얻기 위해 6년을 수고하며 살았죠.
야곱의 손이 닿는 곳마다 복이 임했고, 라반의 집은 마치 구멍가게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처럼 번성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라반과 그의 아들들은 말하기 시작합니다.
“야곱이 우리 아버지의 것을 다 빼앗았다.” (창 31:1)
억울했던 야곱도 더는 참지 않습니다. 그는 떠날 준비를 하고, 라반 몰래 가족과 재산을 이끌고 가나안 땅으로 향합니다.
그 소식을 들은 라반은 야곱을 추격합니다. 둘은 결국 길르앗 산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 죽일 듯한 긴장감 속 하나님의 개입
야곱을 쫓아온 라반은 사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라반의 꿈에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삼가 야곱에게 선악간에 말하지 말라.” (창 31:24)
이 한 마디는 엄청난 무게를 가지고 있습니다.
‘네가 옳다, 그가 틀렸다’고 판단하지 말고, 그를 해치지 말라는 경고이자,
하나님이 이 갈등에 직접 개입하셨다는 선언입니다.
사실 인간의 갈등은 대화나 타협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신뢰가 무너진 관계에서는, 누가 옳은지를 따지는 순간 갈등은 더 깊어지죠.
하나님의 개입은 바로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시작이었습니다.
😢 서로 쏟아내는 억울함
라반은 야곱에게 말합니다.
“왜 몰래 도망갔느냐? 왜 내 딸들을 칼에 빼앗기듯 끌고 갔느냐?”
야곱도 더는 참지 않습니다.
자신이 어떻게 일했는지,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조목조목 설명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이 나의 고난과 손의 수고를 보셨고, 어젯밤에 당신을 책망하셨습니다.” (31:42)
이 장면은 서로의 억울함과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이전에는 마음속에만 쌓여 있던 감정들이, 비로소 ‘말’이라는 형태로 터져 나옵니다.
비난이 아니라 진심으로 쏟아낸 고백은, 갈등을 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미스바에서 언약을 맺다
그 후 라반은 제안을 합니다.
“우리 사이에 증거가 되도록 언약을 세우자.”
둘은 함께 돌무더기를 쌓고, 그곳을 미스바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서로 떨어져 있을 때 여호와께서 나와 너 사이를 살피시기를 원하노라.” (31:49)
이 언약은 단순한 화해의 표시가 아닙니다.
‘우리가 다시는 서로에게 해를 끼치지 말자’는 하나님 앞에서의 약속입니다.
두 사람은 결국 하나님 앞에서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하고, 라반은 손자들과 딸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 후 돌아갑니다.
🌱 축복하며 헤어질 수 있다는 희망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소망을 줍니다.
도저히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관계도,
상처가 너무 깊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사람과도,
하나님의 개입이 있을 때 ‘축복하며 헤어지는’ 결말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갈등의 순간, 감정을 쏟아내는 것조차 어려울 때,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은 선악의 판단이 아닌 하나님의 시선입니다.
✨ 묵상하며 던지는 질문
- 나는 지금 어떤 갈등 속에 놓여 있나요?
- 내 안의 억울함과 상처는, 말로 쏟아낼 수 있을 만큼 정직해졌나요?
- 내가 계속 따지고 있는 선악의 기준은 과연 하나님의 기준일까요?
- 미스바—하나님 앞에서 화해하거나 내려놓을 수 있는 믿음의 공간을 만들고 있나요?
'말씀- 영혼의 진수성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수리나무 아래, 인생의 전환점을 만나다 (0) | 2025.04.07 |
---|---|
믿음과 현실사이, 감사의 찬양으로 돌파하기 (0) | 2025.04.01 |
예수님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삶 (0) | 2025.03.25 |
영적 의미로 본 바라봄의 법칙 (0) | 2025.03.25 |
약속은 받았으나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 야곱의 죽음에서 배우는 믿음의 삶 (0) | 2025.03.25 |